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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이야기

미드 추천, You're the worst!

일년에한두달 2017. 8. 23. 04:10

섹시한 영국 출신의 소설가인 남자, 지미와 그런 지미에게 '네가 최악이야'라고 말하는 여자, 그레첸의 안티 로맨스 이야기가 오늘 추천하는 미드, You're the worst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보다 달달한 로맨스를 사랑할 것 같은 매력적인 두 남녀는 사실 솔직을 넘어 막말을 일삼는 자의식 과잉의 안팔리는 소설가이고, 겉으론 누구보다 쿨하지만 속으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울증 폭탄을 가진 여자입니다.

둘 모두 평범한 연애를 혐오하고, 남녀 관계의 전통적 가치들을 지루하다 생각하지만 이런 둘이 만나니 이만큼 서로에게 어울리는 짝이 없습니다. 아마 지구에서는 다시 만나기 어려운 서로가 서로를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생리를 시작한 여자에게 5일 뒤에 보자고 말하던 무신경한 남자는 여자의 인생에서 자기의 우울증을 고쳐낸 유일한 사람이 되었고, 우연히 발견한 남자의 서랍 속 반지에 질겁해 이별을 선언했던 여자는 남자에게 한집에 살고 싶은 여자 친구가 되었습니다.

동거를 시작하고선, 행여나 다른 커플들처럼 서로에게 실망하고 지겨워질까 두려워 술과 파티로 매일 밤을 거의 의무적으로 하얗게 불태우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구조의 이들 남녀가 서로를 아끼는 방식은 이처럼 꽤 유쾌하고, 보통의 로맨스보다 훨씬 치명적으로 달콤하기까지 합니다.

흔하진 않아도 또 완전히 새롭지도 않은 마음 장애 1급의 두 남녀 이야기가 잠시도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흥미로운건 주인공 커플의 매력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결과조차 없는 지미 역의 크리스 그리는 셜록의 베네딕트가 연상될 정도의 매력을 가진 내여자에게만은 따뜻한 차가운 도시 남자를 연기하고 있고, 그레첸 역의 아야 캐쉬는 1982년생 여배우중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스럽습니다.

참고로 1980년생 여배우중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배우는 뉴걸의 제스 역으로 유명한 조이 데이셔넬입니다. 아무튼 아야 또한 이름이 많이 알려진 배우는 아닌데, 왜 지미와 그레첸, 유아더워스트가 전세계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지 못하는지 정말 이해불가입니다.

잠깐 언급했지만, 유아더워스트는 미드 뉴걸을 재미있게 보신 분께 적극 추천하고 싶은 미드입니다. 드라마의 느낌이 많이 비슷합니다. 일견 심각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코미디 장르입니다. 사랑없는 결혼 생활 중인 남자 중독자이자 그레첸의 절친인 린지, 지미에게 얹혀살며 대신 집안일과 요리를 대신하고 있는 지미의 유일한 우정 공급자인 에드가, 이들 외에도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도 모두가 각각 넘치는 개성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베카, 버논, 폴, 브랜든 트리오 등등, 단순히 주변 인물로만 머물지 않고, 각자 극에서 분명한 존재감들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유아더워스트 이야기는 지미의 전 여자친구, 베카의 결혼식장에서 시작합니다. 지미는 헤어진 연인에 대한 소소한 복수를 하기위해 이 결혼식을 찾았고, 당연히 이내 쫓겨나는 신세가 됩니다. 그리고 같은 결혼식장에서 블렌더를 훔쳐나온 그레첸을 만나게 됩니다. 곧 흔한 원나잇으로 이어지지만 또 둘에게는 처음 겪어보는 감정의 교류가 이어지고, 곧 서로에게 끌리게 된 자신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아주 특별한, 또 비범한 커플의 연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남의 연애 이야기는 항상 배가 아프지만, 지미와 그레첸의 안티로맨스는 영원히 지켜주고 싶을 정도로 응원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남의 사랑 이야기에 감정이 이입되는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아마도 배우들을 극에서의 캐릭터 그 자체로 인식할 수 있을만큼 다들 연기를 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참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레첸은 주위의 모두를 밀어냅니다. 그럼에도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지만 지미는 그레첸의 곁에 남아 함께 있어줍니다. 그론 지미에 대한 그레첸이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은 절제된 감정으로 꽤 멋지게 표현해낸 아주 인상깊은 씬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레첸과 사랑에 빠진 씬이기도 합니다. 



2014년 FXX에서 첫 시즌이 방영된 이후로 올해 9월에 4번째 시즌의 방영이 예정되어 있을 정도로 재미는 확실히 보장되는 미드입니다. 물론 당연히 개인의 취향을 타는 미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웹에 간단한 리뷰하나 보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지 않은 미드라, 애청자의 한 사람으로 애정 가득 담긴 리뷰를 남겨봅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데, 드라마의 재미를 남겨드리기 위해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4번째 시즌이 나오면 오랜만에 한글 자막 작업을 시작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첫눈에 반해버린 미드입니다.

You're the worst가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How I Met Your Mother처럼 9시즌 이상은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주인공 남자 배우의 전형적인 영국 억양이 참 매력적이라, 영국 영어 공부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 많이될 수 있는 미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영국 영어에 완전 꽂혀 있어서 말입니다. 여러모로 참 좋은 미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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